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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가제로 출판업계 기존 공식이 깨졌다"
관리자 작성 15.12.30 17:03 조회 7,080

[한겨레]2015년 출판계

김영사 전·현직 경영자간 배임·횡령 고소, 표절 논란,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과 저항, 창비·문학과지성·문학동네 세대교체와 격월간 소설서평지 <악스트> 등 새로운 매체들의 등장, 웹소설의 성장, 전국 도서관의 어린이·청소년 추천도서 좌편향 지목, 세종도서 문학부문 우수도서 사업 ‘이념도서’ 배제 논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의 <위대한 탈출> 왜곡 번역, <미움받을 용기> 등 아들러 심리학 열풍….

2015년 출판·독서계를 뒤흔든 중요한 사건들이다. 이런 표제어들만으로도 한해의 흐름을 대강 짚어볼 수 있지만, 한해 결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항목들이 또 있다.

올해도 ‘최악 불황’이라는 상투어를 떨쳐버리지 못한 출판계는 이제 독자들과의 새 접점을 찾고 넓힘으로써 난관을 돌파하려 애쓰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7일 ‘2015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올해도 ‘최악 불황’이라는 상투어를 떨쳐버리지 못한 출판계는 이제 독자들과의 새 접점을 찾고 넓힘으로써 난관을 돌파하려 애쓰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7일 ‘2015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 ‘최악 불황’ 또 경신

“올해가 출판계 최악의 불황”이라는,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돼 온 출판계의 상투적 언설이 올해도 예외 없이 회자된 것이 그 하나다. “창사 이래 올해 상반기에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주요 단행본 출판사들 중 20~30% 매출감소가 다반사다.” 다수 출판인들의 이런 얘기를 종합해 볼 때 불황의 심도는 올해 더 깊었던 것 같다. 이는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소장 박익순)가 발표한 ‘2015년 출판산업 지표 잠정 분석’의 구체적 수치로도 확인된다. 서적출판업 생산지수, 서적문구류 소매판매액 및 온라인쇼핑 거래액, 가구당 월평균 서적구입비 등 많은 항목들이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대형 온라인서점들 매출액 및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거나 대폭 개선된 것은 예외적이었다.

정가제 시행 충격효과 체험한 한해
여전한 ‘최악 불황’ 속 희망의 조짐
‘좌편향’주장 정부의 이념편향 더 문제
문단 기득권을 거부하는 변화조짐도

■ 새 정가제 시행 1년

출판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지목한 올해 출판계 최대 화두는 1년간 시행해본 새 도서정가제 충격파와 평가다.

“새 정가제 시행 충격을 피부로 느낀 한 해였다. 강타를 당했다고 해야 하나. 시행 이후 책 팔기가 더 어려워졌다. 어린이·그림책의 경우 예전엔 일정한 평가와 함께 대중적으로 알려지면 눈덩이처럼 이익을 내며 굴러갔다. 그 공식이 이젠 완전히 깨졌다. 내용·기획 모두 경쟁력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다. 훨씬 더 치열한 고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ㅅ출판사 대표)

“마케팅이 더 중요해졌지만, 그건 단기 처방이다. 궁극적으로는 콘텐츠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개인에 초점을 맞췄던 ‘힐링’ 붐에서 ‘사회적 개인’ 쪽으로 독자들 도서 선택의 무게가 옮겨가는 변화가 감지된다. 질을 높이되 독자와 공감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어야 한다.”(ㅁ출판사 대표)

“홈쇼핑이니 경품 제공이니 하는 할인경쟁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젠 진짜 실력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기획과 사람 키우기에 투자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이런 변화된 환경에서 살아남는 쪽 중심으로 출판계 전체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또 다른 ㅅ출판사 대표)

우려는 여전하나, 새 정가제는 일단 정착단계에 들어갔다. ‘광란의 할인경쟁’이 진정되고 문학도서를 할인규제 대상이 아닌 실용도서로 둔갑시키는 편법도 중단되었다. 신간 비중이 증가하고 책값이 소폭이지만 내렸다. 도서관들의 지역 서점 도서 구입 증가와 동네서점들의 소생 조짐 등도 새 정가제 시행 뒤 달라진 점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새 정가제 시행의 혜택이 주로 대형 온라인서점들에 쏠리게 하는 공급률, 지지부진한 구간 재정가제와 막혀버린 재고도서 처리, 구입신간 반값으로 되사기의 편법위험 논란, 늘지 않는 도서관 도서구입비 등 치명적 결함들이 과제로 남았다.

■ ‘이념도서’ 낙인 논란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그 자체로 출판계를 뒤흔들 사안이지만, 그 이념 지향성이야말로 더 큰 문제의 근원이라고 출판인들은 지적한다. 전국 도서관의 어린이·청소년 추천도서 좌편향 지목 논란, 세종도서 문학부문 우수도서 사업 ‘이념도서’ 배제 논란 등이 모두 이와 연관이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던진 불평등 화두를 무화하려던 의도가 드러나 논란을 빚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의 <위대한 탈출> 왜곡 번역도 같은 맥락에서 짚어볼 수 있다. 정부는 늘 ‘좌편향’ ‘이념도서’를 문제 삼지만 정부가 설정한 이념 가이드라인 바깥 도서들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이념 편향이야말로 출판 다양성과 활성화에 중대한 장애라는 것이 출판계의 일반적 인식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http://media.daum.net/culture/book/newsview?newsid=20151224204604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