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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자서전, 지금 주문하면 3월에 받아"
관리자 작성 16.01.30 15:58 조회 6,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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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현대사연구소가 비판적 주석을 달아 내놓은 <나의투쟁>.
ⓒ 독일현대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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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직원들끼리도 이 문제로 한참 토론을 했어요. 저 스스로도 이 책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아직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 책, 70년 만에 '금서'에서 풀려 새롭게 나온 히틀러 자서전 <나의투쟁> 이야기다. 

지난 20일 독일 라이프치히 시내의 한 대형서점. 독일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이 책을 찾으러 갔지만 허탕을 쳤다. 독일 현대사연구소(IFZ)가 비판적 주석을 달아 발간한 <나의투쟁>은 당초 4000부를 찍었다. 발간 첫 날, 선주문만 1만5000부가 들어왔다. 말 그대로 불티나게 팔리는 중이다. 

<나의투쟁>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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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치히 체인형 대형서점 후겐두벨 내부.
ⓒ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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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독일 서점에서 이 책을 구입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 주문하면 3월은 되어야 받을 수 있다. 독일 서점들은 이 책을 팔 것인가, 어떻게 팔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은 눈치다. 서점에서 20년째 일하고 있다는 카트리나 울리히는 이 문제로 직원들 간에도 치열한 논의가 오갔다고 했다. 

"한 젊은 직원은 비판적 주석이고 뭐고 그냥 가져다 버리라고 하더군요. 우리가 다뤄야 할 필요가 없다고요. 그런데 <나의투쟁> 원본은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이나 중고책방에서 언제든 구할 수는 있어요. 오히려 하나하나 비판적 코멘트를 달아놓은 책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건 나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울리히는 이어 "현재 여기서만 60부 정도 주문이 들어왔다"면서 "지금 주문하면 3월쯤은 되어야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라이프치히의 또 다른 대형서점은 "책을 진열장에 진열할 계획은 없다"라며 "주문하면 구입할 수는 있지만 빠른 시일 내로는 힘들다"라고 밝혔다.

현대사연구소가 발간한 <나의투쟁>은 없었지만, 서점의 '역사' 분야 진열대에는 이슈를 반영한 듯 관련 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히틀러 자서전 <나의투쟁>을 비판적으로 다룬 책들과 <안네의 일기>, <뉘른베르크 재판>까지 대다수가 히틀러와 나치 시대를 주제로 한 책이다. 물론 대부분이 비판적인 시각으로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취지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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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점에 진열된 도서 <나의투쟁-극우에 대항하여>. 이 책은 이번에 새로 나온 히틀러 <나의투쟁>을 직접 겨냥해 나온 책이다.
ⓒ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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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나온 <나의투쟁>을 직접 겨냥한 <나의투쟁-극우에 대항하여>도 진열대 앞에 섰다. 이 책은 최근 독일 난민정책과 맞물려 고개를 들고 있는 극우주의, 인종주의에 대항하는 활동가 등을 조명한 책이다. 

서점에서 만난 대학원생 요한 패더만은 "이 책을 계기로 관련 이슈에 대한 토론이 다시 이뤄지고, 또 다른 책도 함께 주목을 받는다"면서 "이런 토론이 공개적으로 계속 이뤄지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독일 온라인쇼핑몰 아마존닷컴에서도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독일 아마존닷컴은 직접 판매를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제3자가 아마존을 통해 판매할 수는 있는데, 현재 거래가격이 정가(59유로)의 다섯 배가 넘는 300유로가 넘는다. 

아마존은 이 중개 판매로 얻는 수익은 나치 희생자들을 위한 기관에 기부한다고 밝히고 있다. 서점가의 분위기만 봐도 과거를 대하는 독일 사회의 신중하고 성숙한 자세를 엿볼 수 있다. 

불붙은 온라인 공론장, "이 책은 쓰레기"-"모두가 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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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아마존은 이번에 새로 나온 <나의투쟁>을 직접 판매하지 않는 대신 중개만 하고 있다. 이로 인한 수익은 나치 희생자를 위한 기관에 기부할 예정이다.
ⓒ 아마존닷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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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현대사연구소가 히틀러 <나의투쟁>을 재발간한다는 소식이 들린 직후부터 독일 사회는 긴 논쟁을 시작했다. 

부르하르트 리쉬카 독일 사민당 국회의원은 지난 2013년 "<나의투쟁> 재발간은 모든 법적 도구를 이용해 막아야 한다"면서 "이 책은 역사의 쓰레기 더미에 영원히 있어야 할 것"이라며 재발간을 반대했다. 

반면 독일 언론사 <디벨트>(DE WELT)의 현대사 편집부 스벤 펠릭스 켈러호프는 현대사연구소의 손을 들어줬다. 

"<나의투쟁>은 오랫동안 인터넷을 통해 아무 어려움 없이 구할 수 있었다. 10여 가지 언어로 발간됐으며, 편리한 원문 검색도 가능하다. 그에 비해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나의투쟁>을 진지하게 평가한 학술서다. 그건 히틀러의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퍼뜨리는 게 아니라 그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리고 지난 8일, 책이 발간되자 마자 '불티나게' 팔려나가자 이에 대한 논쟁도 다시 불붙었다. <나의투쟁> 발간을 책임진 현대사연구소 안드레아스 뷔르싱은 거의 매일 미디어와 토론장에 나서 책 재발간의 필요성과 그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디벨트>지의 문화사 편집부장 베르트홀트 제발트는 "독일인들은 <나의투쟁>을 감당할 만큼 충분히 성숙했다"면서 "<나의투쟁>이 불러일으킨 결과를 이해하고, 그 역사를 청산하기 위해서 우리가 70년간 노력해온 것들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논쟁이 활발하다. 이 책을 구입한 한 독자는 다음과 같은 온라인 서평을 남겼다. 

"난잡하고 지루한 (히틀러가 쓴) 원문은 읽을 필요가 전혀 없다. 하지만 편집자가 남긴 코멘트는 최고 수준의 역사 강의와 다름없다. 코멘트에는 풍부한 정보가 있고 편집자들의 해석과 논평은 매우 흥미롭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에게 추천할만하다."

하지만 또 다른 독자는 "왜 사람들이 주석이 달린 강의을 사야 하나? 이는 독자들이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고, 적힌 코멘트대로 생각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경계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나의투쟁>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59유로.. 사람들이 그딴 것에 쓸 돈이 있다니"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다음과 같은 의견들도 있다. 

"나는 이 책이 9학년 수업에 필수로 이용되기를 바란다. 그건 독일 역사에서 정말 '작품'이었다." 
"모든 옛날 나치들, 신나치들에게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강제로 읽혀야 한다. 그러면 그들의 '믿음'이 좀 사라질 수 있을 것." 
"<나의투쟁>은 정말 최악의 책이다. 코멘트 없이도 충분히 히틀러 주장을 반박할 수 있을 정도다." 
"인터넷에 들어간다, 구글에 검색한다. 3분이면 그 쓰레기를 찾을 수 있다. 왜 지금 다시 그걸 꺼내서 시끄럽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대체 누가 원한다고..." 

현대사연구소 "과거를 진상규명하기 위한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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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틀러.
ⓒ 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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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독일 현대사연구소는 비판적 주석을 단 <나의투쟁>을 편찬하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인력을 쏟아 부었다. 6명의 역사학자가 수년간 머리를 맞댔다. 독일학, 생물학, 일본학, 문화학, 교육학, 경제사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내용을 검증하고 보완했다. 

현대사연구소는 "<나의투쟁>처럼 수많은 '신화'를 몰고 다니는 책은 없다, 이 책은 거부감과 두려움을 일으키고 동시에 호기심과 추측을 낳는 등 '금지된 것'에 대한 아우라를 가지고 있었다"면서 "이번에 발간된 비판적 주석을 단 <나의투쟁>은 이러한 신화를 깨고 과거를 진상규명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나의투쟁> 저작권을 소유했던 독일 바이에른주가 출간을 법적으로 금지하면서 오히려 이 책이 신화화되어 있다고 본 것이다. 저자인 히틀러가 사망한 지 70년이 지나 저작권은 소멸됐고 이른바 '공공재'가 됐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이 책을 발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사연구소는 <나의투쟁>에 대한 법적 빗장이 풀리면서 오히려 상업적인 목적이나 이데올로기 선전 등에 오용되는 걸 막기 위해 오래 전부터 이 책을 기획했다. 

또한 도서 발간이 상업적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자체 인쇄를 거쳐 비교적 저렴한 판매가를 책정했다. 59유로(한화 7만6000원 가량). 방대한 책 규모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다. 현대사연구소는 "학자들뿐 아니라, 정치사회 교육자들, 일반 대중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으로 책정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