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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딸의 구 새누리당 지지자 아빠에게 보낸 편지
알이탱탱 작성 18.03.07 12:15 조회 1,053

아빠, 보세요.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드리기로 했습니다. 좀 길지만 끝까지 봐주셨음 해요.
아빠... 한동안 잠잠하던 아빠와 나 사이가 노무현 대통령으로 인해 다시금 말을 섞지 않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아빠도 지치셨을 테고, 저도 이제 지쳤습니다.
작년 말에도 제가 한나라당을 싫어할 수밖에 없는 개인적인 이유를 편지로 말씀드렸죠? 12월 마지막 날을 밤을 새면서... 울면서 그 편지를 썼었드랬죠...
 
 
오늘은 다른 이유를 추가로 말씀드리지요.
제 마지막 설득 시도입니다. 다 읽고도 한나라당을 좋아하시겠다면, 포기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저 노사모 회원인 적도 없었고, 노무현 대통령 생전에 그가 만든 홈피나 그를 지지하는 홈피, 카페 등등 어느 곳에도 가본 적도 가입한 적도 없습니다. 절대 '노빠'가 아니라는 말이지요...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해서 나라 망신시켰다고 하셨죠? 수치스럽다고 하셨죠?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한 게 국가적 수치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 국가적 수치입니다.
 
지금 해외 언론에서는, "그 정도로 죽다니, 대단하다. 우리나라라면 죽어야 할 사람들 엄청 많을 텐데... 한국은 깨끗한 나라인가보다"라고 합니다. 물론 그런 반응을 아빠가 보시는 신문에서는 제대로 보도 안 해줍니다.
 
명색이 선진국클럽 OECD에 가입한 '선진국'이면서도 부패 순위가 40위씩이나 되는 우리나라가 깨끗한 나라로 오해받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 정도에 자살했다고.
 
돈을 받은 건 받은 거니 잘못된 거 아니냐 하고 싶으시죠?
네. 받았죠. 부인이, 자식이 받았죠. 남자가 비겁하게 부인 탓 하냐 하고 싶으시죠?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평범한 남편이, 가장이 아니라 전직 대통령이거든요.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을 했던 정치인이기 때문에 자기를 믿어준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한 겁니다. 집안 단속을 하지 못한 게 죄라면 죄겠죠.
 
그런데 말이죠... 그 돈을 받은 게 죄라고 쳐도, 그렇게 큰 죄입니까?   
박연차는 한나라당 재정위원이었습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는 얼마나 많이 뿌렸을까요?
현직 부장검사도 박연차 돈을 받았는데 대가성이 없다고 검찰이 말했죠?
 
네, 맞습니다. 처벌의 기준은 '대가성 여부'입니다. 그게 대한민국 법입니다.
퇴임을 목전에 둔 이빨 다 빠진 대통령에게 머리에 총 맞지 않고서야 어떤 미.친.놈이 '뇌물'을 줄까요?
 
그리고 제가 예전부터 계속 말했듯, 노무현 대통령은 모든 것을 대통령의 결재를 받아야 일이 추진되는 시스템을, 웬만한 건 장관이 책임지고 할 수 있는 체제로 바꾸어 놓았었습니다. 이걸 'empowerment'라고 합니다. 권한을 아래로 나누어주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탄핵 사태 때도 국정이 마비되지는 않았었습니다. 보수 기득권층에서는 고건이 대행하니 잘 돌아갔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집권 초기부터 대통령이 제왕적으로 모든 걸 결정하던 체제를 바꾸어 놓았었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돌아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기업가가 사업 봐달라고 뇌물을 줍니까? 그게 목적이라면 국회의원한테 주면 주었지 대통령한테는 줄 실익이 없다는 말입니다.
 
우리 기업들이 노무현 싫어했지만, 그가 재임하던 시절만큼은 대통령한테 돈을 안 바쳐도 되어서 그건 좋았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법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돈은 받았지만 죄지은 것은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언론에 슬슬 흘리면서, 물적 증거가 없는데도 계속 주변을 옥죄어 들어가면서 압박한 것입니다. 가족에게만 수사의 칼날을 들이댄 게 아니었다고 합니다. 지인들의 6개월 치 식당 영수증까지 다 가져갈 정도로 훑었지만 딱히 증거가 안 나왔다고 합니다. 지금 도청 의혹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빠도 검찰에 가보셨잖아요. 엄마도 아빠 땜에 검찰에 가보셨잖아요. 나 그때 고3이었잖아요. 그때 시험기간 이었잖아요. 가족까지 당하는 고통이 어떤 건지 정녕 모르세요? 그때 억울한 마음 안 드셨어요? 드셨잖아요. 지금까지도 억울하잖아요. 그런 아빠가 어찌 노무현 대통령한테 그리 가혹한 말씀을 하실 수가 있으세요. 노무현 불쌍하다는 엄마한테 뭐가 불쌍하냐고 하실 수가 있으세요... 자살한 지 탓이라고 하실 수가 있어요...
 
 
그리고 이건 저도 며칠 전 알게 된 사실인데, 대통령특별교부금... 대통령 재량으로 교부금으로 줄 수 있는.. 쉽게 말해 판공비죠.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국가사업이 필요한 행정기관에 내놓았다고 합니다. 2003~4년엔 1조2천억씩이었는데, 그마저도 “특별교부금은 원칙 없이 정치적 선심사업에 사용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배분기준을 재검토해 자의적으로 사용될 여지가 없도록 개선하라”고 지시하고 7천억 정도로 줄였다고 해요. 그럼 재임기간 5년 동안 판공비 4조5천억 정도를 반납한 거죠. 그런 돈은 태풍 매미로 엄청난 피해가 났을 때 복구사업비로 사용되는 등 긴급한 용도에 긴요하게 쓰였다고 합니다.
 
올해 우리나라 중앙정부 1년 예산이 280조 정도예요. 대통령 1인이 판공비로 쓸 수 있는 돈이 1조 이상이라면 엄청난 수준입니다. 이런 사람이 박연차에게 10억인지 몇 억인지 모를 그 돈을 받고, 얼마짜린지 모르지만 '좋아 보이는' 시계를 받고 뭔놈의 선심성 대가를 주었을까요? (그나마 그것도 죽음 후에는, 노대통령 부부가 본 적도 없는 시계라고 돌려주라고 했다고 기사가 나오데요. 사람 죽인 후에. 노통이 "논두렁에 버리든지" 라고 한 걸 언론은 "논두렁에 버렸다"로 왜곡한 거데요)
 
 
네, 아빠가 한나라당은 좋아해도 이명박 대통령은 그닥 좋아서 찍은 건 아니라는 건 알아요. 박근혜 전 대표를 좋아하죠.
저도 박 전 대표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좋아하지도 않아요. 극도로 싫어하는 건 아니니 그를 찍을 수도 있지만 한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해요.
 
제가 그분이 자질이 부족하다 생각하게 된 계기가 뭔지 아세요?
 
대구에 가서는 육영수 여사의 영정사진을 앞세우고 유세합니다.
전라도에 가서는 아버지와 자신을 연결 짓지 말라고 말합니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선거 유세 중에 분명히 나온 말입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고 그건 본인이 벗어날 수가 없는 후광이자 굴레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재임 시절에 많은 공적을 이루어내셨죠. 절대적 빈곤을 벗어나게 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을 해내신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희생한 많은 사람들이 있잖아요.
 
1960년대 통틀어 평균 경제성장률이 9.6%였는데 임금상승률은 3%였어요. 이 땅의 많은 '공순이' '공돌이'들이 독가스를 들이마시면서, 먼지를 마시면서도, 잘 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하루 15시간씩 열심히 일했지요. 근데 그 열매는 누가 가져갔나요? 절대적 빈곤은 벗어났지만, 정작 사회를 병들게 하는 건 상대적 빈곤이랍니다.
 
 
한 가지 사례만 들게요.
 
상 대적 박탈감은 박정희 시대에 서서히 커지다가 전두환 시절을 거치면서 극에 달합니다. 1987년 6ㆍ10항쟁 이후 터져 나온 이러한 불만은 급격한 임금 상승 요구로 이어졌고, 우리나라 제조업들이 갑자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됩니다.
 
박정희, 전두환 시대를 거치면서 많은 혜택을 받은 대기업들은 심한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대다수 조그마한 중소기업들은 제조업에서 손을 뗀 경우가 많았습니다.
 
나라의 돈들이 건설업과 유흥업으로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근데 한 나라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면 2차산업.. 제조업이 망해선 안 됩니다. 아무리 첨단IT 시대라 해도 여전히 제조업은 포기하면 안 되는 중요한 분야입니다. 근데 하물며 80년대 후반입니다. 물론 유흥도 필요하죠.. 근데 나라의 돈이 제조업을 떠나 그런 쪽으로 도는 것이 좋은 현상은 아니죠. 지금도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독자기술 별로 없는, 대기업의 하청업체 수준에 불과하죠. 그리고 갑자기 건설 붐이 일어나 많은 업자들이 당시에 기준치를 밑도는 두께의 철근과 물을 과도하게 탄 시멘트를 사용하게 됩니다.. 90년대 들어 갈라지고 무너지고 기울어진 많은 건축물들은 80년대 후반에 지어진 것들이 많습니다..
 
 
나비효과 아시죠? 상대적 박탈감은 이렇게 무서운 결과의 단초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유신헌법 이후 독재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었잖아요. 이 얘길 하려면 아빠가 싫어하시는 '빨갱이'도 짚고 넘어가야겠군요. 당시 많은 이들이 빨갱이로 몰렸으니까요.
 
박정희 대통령은 한국전쟁 전에 남로당 전력으로 군에서 쫓겨났었습니다. 그러다 한국전쟁이 터지고, 군을 지휘할 장교가 부족해지자 복귀된 것입니다.
 
이런 자신의 전력 때문에 박정희 대통령은 '반공'을 국시로 하여 이전 정권보다 더욱 더 적극적으로 '빨갱이'를 색출하게 되죠.
 
저도 어릴 때 학교에서 '공산당이 싫어요' 하면서 입이 찢겨 죽어간 이승복 반공 영화를 1년에 한번씩 보고, 반공 독후감을 써서 상도 많이 탔고, 반공 표어 대회 하면 늘 1등상 타온 거 아시죠? 아빠가 맨날 칭찬했잖아요. 실제로 우리 동네에 기웃거리는 수상한 낯선 아저씨를 간첩으로 신고한 적도 있습니다. 온 나라가 '반공'이었고 저는 반공정신 투철한 어린이였죠.
 
그런데요.. 그 과정에서 정말 간첩을 잡기도 했겠지만 무고한 사람들도 분명히 희생되었습니다. 정부가 하는 일에 토 달면 '빨갱이'였으니까요.
 
그럼 박근혜 전 대표는 아버지의 공만 업고 갈 것이 아니라, 과도 같이 지고 가야 합니다. 주홍글씨가 천형처럼 따라다녀야 한다는 게 아니라, 딱 한 번만 진심으로 머리 숙여, 희생하면서 열심히 일해준 분들에게는 여러분 덕분에 아버지도 빛났다 고맙다, 억울하게 빨갱이로 몰려 고통을 당한 분들께는 미안하다 사죄해주시면 됩니다.
 
우리 국민들은 그렇게 독하거나 악하지 않습니다. 용서를 모르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반드시 금전적 보상을 바라는 것도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한 번만 사과해주시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박 전 대표를 만나본 분들은 거의 다 그 분을 칭찬합니다. 정치하면서 돈을 많이 쓰지도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다면 그 분은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딱 한 번은 진심으로 사죄해주셔야 합니다. 왜 박 대표가 해야 하냐구요? 그 아버지는 갑작스런 암살로 그럴 기회조차 없었고, 그 따님이 아버지의 후광을 어떤 식으로든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과 중에 공만을 선택적으로 취해서는 역사의 매듭을 제대로 짓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저는 아빠의 소원을 고려하여 그 분을 찍어드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분이 그렇지는 않은 것 같군요.
위에 경제성장 얘기가 나온 김에, 우리나라를 망쳤다는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을 한번 짚어 볼까요?
 
수많은 것들이 있지만 몇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한나라당은 늘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하죠? 언론을 통해 세뇌를 시켜서 정말 우리나라가 지난 10년 동안 많이 망한 줄 아셨죠?
 
노무현 대통령 시절 평균 경제성장률이 4.7%예요(4.8~5.0%라는 통계도 있음).
우리가 7~8% 성장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낮은 수준이죠. 근데요, 그 정도면 지금의 중국이나 인도 수준이예요.
 
다시 말해, 성장 여력이 큰 경제성장 초창기에는 그 정도 성장이 가능해요. 우리의 60~70년대가 그랬던 것처럼요. 하지만 어느 정도 성장한 이후에는 그런 고도성장이 어렵습니다. 선진국들은 2~3% 성장도 어려워요. 이미 많이 성장했다는 반증이죠. (클린턴 시절의 미국은 예외. 경제학자들도 '신경제: New Economy'라고 부를 정도로 예외적인 현상이었습니다. 70년대부터 투자에 들어간 IT 분야가 엄청나게 발전해서 생산성이 매우 높아진 덕분이었습니다. 그마저도 집권2기에 나타난 것이고요)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던 당시는 김대중 정권 말기에 터진 카드 대란, 신용불량자 문제로 어지러울 때였고, 2000년 주식시장 활황으로 많은 사람들이 투자했다가 2001년 대폭락하면서 그야말로 주식시장이 초토화된 상태였어요. 한마디로 거지 같은 상태의 경제를 건네받은 겁니다.
 
 
그 상황에서 저 정도 경제성장률 달성이라면 선방 수준이 아니라 잘 한 겁니다. 근데 언론에서는 맨날 불황이라고 난리를 쳤죠.
 
제가 당시에 늘 그랬죠. "엄마 아빠 개인적으로 5년 전이 살기 좋아요 지금이 살기 좋아요? 백화점엔 지금 사람이 늘 넘쳐요. 세일 기간 아니어도 넘쳐"
그럼 엄마 아빠는 늘 "야, 그래도 교회 가면 사람들이 다 노무현 욕하고 경제 안 좋다고 해. 시장 상인들도 죽겠대"라고 했죠.
 
제가 그랬죠. "그러는 엄마는 왜 재래시장 안 가고 이마트 가? 그럼 엄마 같은 사람들 땜에 상인들이 어려운 거 아냐?"
 
엄마는, 생각해보니 그렇네...라고 하셨고, 그 이후로 조금씩 제 말에 귀를 기울여주셨던 것 같아요.
 
네.. 상인들은 대형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땜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거고, 그들을 살리려면 재래시장 자체의 경쟁력도 높여 주어야 하지만 그런 대형 마트나 백화점의 운영 시간 등을 규제해야 합니다. 근데 그럼 재벌들이 참 좋아하겠죠? 노무현 대통령한테 규제하지 말라고 청원했을까요? 아니죠. 만약 로비를 했다면 한나라당 국회의원들한테 더 했겠죠. 재래시장 상인들이 죽겠는 건 노무현 대통령 탓이 아니었습니다. 이용 안 하는 우리 탓이죠. 경제에 돈이 안 돈 게 아니라 백화점과 대형 마트로 들어간 거죠. (온라인 쇼핑몰 이용으로 인한 부분은 IT 발전이라는 시대 변화 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강합니다. 안타깝지만, 사회의 산업구조 자체가 변하면 항상 사양업종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같은 오프라인 상으로 비교하자면 백화점과 대형 마트 이용 탓이 큰 거죠.)
 
 
주변인들이 다 경제 안 좋다고 노무현 욕한다... 정말 안 좋아서가 아니라, 그렇게 신문에서 '본' 겁니다. 방송에서 '들은' 겁니다. 자기들이 겪은 것이라기보다는 '본' 거, '들은' 거예요. 초딩들까지도 노무현 대통령을 옆집 개처럼 불러대는 세상에서, 쉽게 씹을 수 있고, 씹어야 하는 대상으로 어느새 각인된 거예요. (물론 저도 노무현 대통령이 그냥 입을 닫아주었으면 할 때도 많이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가 말을 하든 안 하든 어차피 까일 거였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나라당이 초래한 IMF 구제금융 사태로 경제성장률은 -7%대로 곤두박질치고, 하위 20% 계층의 재산은 5% 정도 감소하는데 상위 20% 계층의 재산은 15% 정도 증가합니다. 그만큼 빈부격차가 심화된 거죠.
 
(참고로 말씀드리면 현재 우리나라 지니계수는 0.3 초반대 정도 됩니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우면 빈부격차가 작아지는 거고, 미국이 0.4에 근접해있고 브라질 같은 나라는 0.5가 넘으니 수치상으로는 우리나라가 그리 심한 나라가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엔 허점이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위 1% 부자들이 전국 땅의 51.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상위 5%로 확대하면 83% 차지.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부동산에 대한 집착이 심합니다. 집도 전세나 월세보다는 내 집을 갖고 싶어 합니다. 부동산을 고려하면 지니계수는 0.78 정도로 상승합니다. 그렇다면 실제 빈부격차는, 드러난 통계치보다 심각한 상태라는 말입니다.)
 
 
IMF는 돈을 꿔주면서 몇 가지 정책을 강요합니다. 대표적인 게 강력한 구조조정, 고금리 정책입니다. 구조조정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실업자가 됩니다. 당시 아빠가 잠시 몸담았던 회사도 부도났잖아요. 기억 안 나세요? 그리고 고금리 정책... 이건 남의 돈으로 장사하는 부실 기업을 빨리 망하게 하는, 즉 빨리 확실히 구조조정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현금 부자들은 더욱 부자가 되었고,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았던 많은 서민들은 빚이 더욱 늘고 고금리 부담을 이기지 못해 손해만 보고 포기하는 사람들도 속출했습니다. 다행히 우리는 집이 있었으니 그걸 피해갔지만, 집 없는 사람들은 정말 그때 힘들었을 겁니다.
 
게다가 고환율로 물가가 엄청 뛰었죠? 우리나라는 원자재의 98% 정도를 수입하는 나라입니다.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이 잘 되는 측면도 있지만 수입 부담이 너무 커져서 수출효과를 상쇄하고 오히려 악영향을 끼칩니다. 그리고 물가는 한 번 오르면 잡기가 너무 힘듭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 때는 물가상승률이 3%대였어요. 매우 잘한 겁니다.
 
만약 엄마 아빠 주변인들이 노무현 때문에 살기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면 그들은 저소득층에 속하는 이들이었겠군요. 그럼 더더욱 한나라당을 지지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는 말입니다. 엄청난 모순이죠. 그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더 그지 같이 되지 않도록 해준 노무현 정부를 까다니요. ㅋㅋ 아니면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부자들이나 중산층이든가요. 그래도 역시 한나라당을 까야지요. IMF 탓에 그리 된 거니.
 
노무현 정부 때 나라 빚이 사상 최대, 300조원으로 늘어났다는 보도 보고도 많이 욕하셨죠?
 
"참여정부 경제운영 나라빚 300조···4년간 배로 늘었다" 이게 2007년 2월 23일자 각 신문들의 제목이네요. 노무현 정부 들어 4년간 150조원 늘어난 거 맞아요. 그 전 것까지 쌓여서 300조. 그런데 말이죠.. 반은 외환평형기금채권으로 마련해둔 거예요. 외환위기 대비하여 언제든 달러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거고 사실상 그건 빚이 아닙니다. 나머지 반의 반은 IMF 사태 때 투입했던 공적자금을 국채로 전환한 거예요. 그 나머지는 IMF 이후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늘린 복지 관련 지출예요. 이래도 노무현 정부가 잘못해서 사상 최대 빚이 발생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되려, 모든 원인을 제공한 한나라당을 비판해야 합리적인 거죠.
 
 
아빠가 무슨 잘못이겠습니까. 언론에서 늘 그렇게 말했는데... 하지만 명색이 행정학도인 딸의 말엔 귀 기울여 주셨으면 좋았을 것을요.. 지금 전 세계가 불황인데도 우리나라가 그나마 망하지 않고 있는 것은 지난 정권 때 상당히 탄탄하게 경제를 일구어 놓았다는 뜻이란 말입니다.
 
그리고, 아빠 작년에 대장암 수술하셨잖아요. 민영보험이 하나도 없어서 병원비 어떻게 하나 걱정하셨잖아요.. 근데 아빠 퇴원하실 때 엄마가 했던 말 기억하세요?
 
"병원비 얼마 나왔어?" 라는 제 물음에 엄마가 웃으시면서 "큰 병원에서 한 건데 생각보다 얼마 안 나왔어"라고 하셨죠.
 
그게 노무현 대통령이 해 놓은 거예요. 제가 그 때도 말씀드렸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빠는 노무현 대통령 적어도 씹으면 안 된다고. 암환자 개인 부담 비율을 대폭 낮춰 주었다고... 다시 말해 국가 부담을 대폭 높였다는 말예요.
 
물론 우리도 건강보험료 내고 있지만, 낸 돈에 비해 혜택 많이 받은 거 아시죠? 우리 집은 세금 환급받을 때도 많잖아요. 그러니 낸 돈 고대로 받은 건 아니라는 말이죠.
 
근데 그런 건강보험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민영화하려고 한 거 아시죠? 작년에 여러 사람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해서 관철 못 시킨 거 아시죠? 다시 말해, 한나라당의 많은 정책들은 아빠와 우리를 더 못 살게 하는 정책이라는 말입니다. 미국은 맹장수술 하려면 3천만원이 든대요. 그 정도까진 안 가더라도 지금과 같은 돈으로는 어림없겠죠.
 
아빠가 몇 년 후면 받게 될 노인연금.. 8만원씩 나오는 것도 한나라당이 그렇게 반대했는데도 노통 정부 당시 유시민장관이 밀어붙여서 된 거였어요. 근데 노인들, 그걸 이명박 대통령이 주는 건줄 알고 고마워하는 사람들 많은 어이없는 현실.. 투표 꼬박꼬박 잘 하러 가는 노인들이 고마워할 수 있는 그런 건 노통 재임 중에 언론에서 보도도 안 했다는 거죠.
 
집값이 뛰어서 서민들이 살기 힘들었다는 비판도 있죠. 근데 당시는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 과잉 상태였고(돈이 많이 풀려 물가가 상승한다는 말) 그나마 그 상태에서 집값 상승률을 oecd회원국 중 가장 낮게 묶었어요. 안정시킬 만 하면 이명박 서울시장이 재건축해주겠다고 설레발쳐서 다시 강남 집값 오르고 그게 반복되면서 강북으로 확산... 온 동네가 재건축에 미쳐서 거지 발싸개 같은 넘들도 많이 당선됐죠. 
 
즉, 그말은 집값이 더 오르기 바랬던 부자들(그러면서 세금은 내기 싫었던), 왜 내 집은 안 오르는 건지 불만 가진 사람들, 집값이 올라서 집을 못 사게 된 서민들 모두에게 욕을 먹으면서 지지율이 급전직하....-_-;; 하지만 그나마 그 정도라도 부동산 규제를 했기 때문에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 땜에 전 세계가 들썩일 때도 우리나라는 피해갔지요. 그거 아녔음 우리나라도 완전 집값 거품 터져서 쫄딱 망했을지도 몰라요. (일본이 15년간의 장기불황에 들어가던 1992년, 부동산 가격 거품이 꺼지면서 그렇게 된 거예요)
 

하나만 더 해드릴까요? 노무현 대통령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랑 협상해서 엄청난 양의 천연가스를 확보하는 외교 성공한 거, 말씀드렸었죠? 아빠는 콧방귀 뀌시고, 엄마는 제 얘기에 상당히 귀기울여주셨고 결국 지난 대선 때 제 선택을 지지해 주셨지만 아빠 성향을 아니까 아빠한텐 그냥 조용히 계셨죠. 당시 러시아에서는 어떻게 대한민국에 이렇게 당했냐고 언론이 난리가 났었는데 한국 언론은 잠잠했죠. 노무현 대통령이 잘 했다고 인정해주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OO이 2학기에 복학하면 등록금이 500만원 정도 된다죠? 물론 아빠가 유공자시니 성적만 좋다면 그 다음 학기는 공짜로 다닐 수 있겠지만 첫 학기엔 그렇지 않죠. 지난 노무현 정부 때 사립학교법 개정 했어야 합니다.
 
 
전에 그러셨죠? 기독교 재단들이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서 학교 운영도 못 하게 하는 사립학교법을 왜 만드냐구요. 그건 오해십니다. 당시 사립학교법은 사립학교가 설립 이념도 펴지 못하도록 하려는 게 아니라 사립학교가 투명한 경영을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사립학교 이사장들, 5%도 안 되는 재단 전입금으로 사립학교를 제왕적으로 지배합니다. 각종 비리의 온상인 사립학교들 천지 빼까리로 깔렸습니다. 대학들만 해도 4조원이 넘는 돈이 적립금으로 쌓여있는데 학생들 등록금은 계속 올라갑니다. 원래 재단법인이라는 건, 출연자가 출연한 재산에 대해서는 출연자의 손을 떠나야 하는 겁니다. 근데 어디 현실이 그렇습니까? 노무현 정부가 사립학교법 개정하려고 하니까 한나라당이 반대했습니다. 결국 로스쿨법안과 빅딜을 했지요. 이명박 정부는 학자금 정부 대출 이자도 많이 올렸습니다. 대출받기도 어렵게 된 거죠. 이 지경인데도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서민 이하 사람들은 무지해서 그런다고 감히 말하겠습니다.
 
 
하지만 아빠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죠? 북한에 쌀 퍼주기, 금강산 관광으로 돈 퍼주기 등등 북한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가 맘에 안 드시죠?
 
네. 그럴 겁니다. 더구나 아빠는 한국전쟁 때 남으로 내려오셨고, 베트남 전쟁에도 참전하셨으니 공산당을 싫어하시는 건 당연하죠.
 
근데요, 그게 북한에 호의적이어서가 아니라면요?
 
북한 정권은요, 남한에서 북한에 강경한 정부가 들어서든, 온건한 정부가 들어서든 상관없이 지들이 핵실험을 하려면 하고 미사일 발사하려면 합니다. 어차피 북한은 우리를 상대하는 게 아니라 미국과 일본을 상대하거든요?
 
김대중 정부건, 노무현 정부건, 이명박 정부건, 상관없습니다. 지들이 필요할 땐 터뜨립니다. 북한 때문에 강경 보수 정권을 굳이 택해야 할 이유는 그닥 없다는 거죠. 오히려, 우리보다는 미국 정부가 어떠냐에 더 관련이 됩니다. 클린턴 때는 그닥 시끄럽지 않았는데 부시 때 엄청 시끄러웠죠. (그렇다고 해서, 미국에 보수 정권 들어서면 우리도 보수 정권, 진보 정권이면 우리도 진보 정권 들어설 필요도 없어요)
 
아무튼, 그럼 우리가 지들 멋대로인 그런 놈들을 위해 왜 지원을 해주어야 하는가!!
 
 
독일의 예를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독일은 1989년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990년에 통일되었습니다. 저 96년에 독일에 갔었던 거 기억하시죠? 그 당시, 동독의 마지막 수상이었던 드 메지에르를 만나 통독과정과 그 후 진행상황을 들을 수 있었어요(최고 권력자인 서기장은 호네커였고, 이 사람은 수상).
 
통일 전 서독은 경제 순위 세계 3~4위 정도였고, 동독은 당연히 못 살았지만 그래도 공산권 국가 중에서는 나은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통일 후 어떻게 되었죠? 통일한지 20년 가까이 되어가는 지금은 그나마 다시 유럽의 중심국가로 올라서고 있지만 구동독 주민들과 구서독 주민들 간의 반목과 갈등은 엄청나게 심하고, 구동독 지역 실업률이 구서독 지역 실업률의 두 배 가까이 됩니다. 서로 미워하고 힘들어합니다.
 
독일은 서독 빌리브란트 수상의 동방정책으로 인해 1960년대 후반부터 이미 동서독 교류가 시작되었고 정상 회담도 29회 정도 하고 통일이 되었습니다(28회던가? 암튼 그 정도). 베를린 장벽은 1989년 갑자기 무너졌지만 그래도 20년 이상 준비가 되어 있던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달리 독일은 서로 싸워서 동서로 갈라진 것이 아니라 패전으로 인해 연합국에 의해 강제로 갈라진 것이었죠. 서로 교류도 많고 이해도 많이 된 상태였어요.
 
그런 독일도 통일 후 서로 너무 미워하게 됐습니다. 왜일까요? 바로, 나빠진 경제 상황 때문입니다.
 
통일 후 동독의 노동자들이 서독으로 대거 넘어왔습니다. 동독 지역의 산업은 노동자가 없어서 공황상태가 되었고, 서독 지역에서는 싼 임금의 동독 출신 노동자 때문에 대량 실업이 발생합니다. 전체 통일비용 중 그들을 위한 실업급여로 들어간 것이 60% 정도 된다고 들었습니다. 동독 지역의 낙후된 산업 시설을 새로 짓고 경제를 재건하는 데에도 엄청난 돈이 들어갔습니다. 세금은 당연히 더 많이 낼 수밖에 없었고 구서독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구동독 거지들 때문에 희생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지금도 구동독 지역 출신은 '2등국민'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서독은 당시 부자 나라였습니다.
 
 
우리와 북한의 경제력 차이는 어떻습니까? 북한이 정확한 통계를 공개하지 않아서 확실히는 모르지만 수십 배의 차이가 날 것입니다.
 
이 상태에서 만약 갑자기 통일이 된다면 우리는 다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퇴직한 아버지 세대도 고통스러우시겠지만, 돈을 벌고 있는 저의 세대와, 제 다음 세대는 초인적인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습니다. 독일이 통일 수습에 20년 걸렸다면 우리는 30년 걸릴 수도 있습니다. 아버지 세대는 잘 살아보자, 열심히 하면 내 자식들은 잘 사는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으로 열심히 일했다면, 저와 제 뒷 세대는 어떨까요? 저 북한 거지들을 위해 내가 이렇게 희생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겠죠? 당연 통일 독일에서보다 더한 갈등이 있을 것입니다. 그럼 이 나라는 어떻게 될까요?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할까요? 기냥 망하는 겁니다.
 
지금 북한을 도와주자고 하는 사람들은 빨갱이라서 도와주자는 게 아닙니다. 물론, 개중에 진짜 빨갱이가 있을 수도 있죠.
 
그치만 아빠 딸도, 빨갱이 아니거든요. 자본주의를 부정하지도 않고, 부자들을 무조건 미워하지도 않습니다(다만, 천민자본주의에 물든 천박한 부자를 경멸할 뿐. 부유함 자체를 미워하지 않고 공격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런 저도 북한에 어느 정도 지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SOC(사회간접자본) 시설도 어느 정도는 깔아 놔야 합니다. 갑자기 통일이 되어도 북한 주민들이 대대로 산 정든 고향을 등지고 남쪽으로 물밀듯이 내려오지는 않을 정도로는 살려 놓아야 합니다.
 
물론 우리의 지원품이 북한의 군수물자로 쓰일 수도 있습니다. 일부 그럴 수 있어요. 제 동기가 통일부에서 근무합니다. 물자 지원하면서 북한에 가보면 주민들이 남한에서 준 걸 다 알고 고맙다고 말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통제해도 북한 주민들도 진실을 알아가고 있는 겁니다. 군수물자에 일부 쓰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지원을 중단하면 그들은 굶어 죽을 것이고, 살아남는다 해도 통일이 된 후에는 남한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우리가 먹여 살려야 하는 '거지떼'가 되는 것입니다. 그 이후 상황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이건 인도적인 차원, 민족적인 차원을 넘어서, 경제적으로도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 일입니다. 물론 장기적인 차원에서요.
(금강산 관광 대가가 군비증강에 쓰인다는 비판은 어느 정도 수용한다 해도, 그럼 그건 김대중 대통령 탓이지 노무현 대통령을 미워할 근거는 안 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북한은 우리가 지원을 하든 안 하든 일본을 향해 미사일 실험 하고 싶음 하고, 핵실험 하고 싶음 합니다. 어차피 그들에게 우리는 '아웃 오브 안중'입니다.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려고 합니다. (솔직히 미국과 일본도 우리가 6자회담에 끼는 거 안 좋아합니다. 우리나 애닳아 하죠)
 
 
아, 그러고보니 또 생각나는 게 있네요. 노무현이 미국을 싫어해서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하려고 한다고 한때 많이 욕하셨죠? 그거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 아녜요. 미국은 우리나라에서 어차피 점차 군사를 줄이려고 하고 있었어요. 현대전은 군인 많이 투입한다고 되는 게 아니죠. 미국에서 버튼 하나 누르면 대륙간탄도미사일 얼마든지 발사할 수 있고, 여차하면 바로 옆에 있는 주일미군을 끌어올 수 있으니 우리나라에서 미군을 이 정도 규모로 유지할 실익이 미국에 그닥 크지 않습니다. 요 몇 년 새 미국이 미ㆍ일동맹과 미ㆍ일ㆍ호주 동맹은 강화한 거 아세요? 일본과 호주는 미국의 안보정책에서 중요한 파트너고, 우리는 솔직히 미국 입장에서 그리 중요한 나라가 아녜요. 다만, 상징적인 의미, 그리고 우리와의 경제관계나 무기거래 관계 등 군사문제 이외의 문제들 때문에 완전 철수는 어렵겠죠. 줄이는 건 노무현이 반미여서 그런 게 아니란 말입니다. 어차피 미국의 계획에 따라 되는 거였어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노빠가 아니예요.
 
그런데 저는 노무현 대통령 죽음 이후로 너무나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 1달간 계속 악몽을 꿨지만... 서거 이후에는 더 잠도 안 옵니다.
 
인간적인 연민도 연민이고. 치졸한 이명박 대통령이나 그 졸개 검찰, 경찰, 국민의 눈을 가린 언론에 대한 분노도 분노지만... 더 큰 건 뭔지 아세요?
 
우리 사회에서, 든든한 배경을 가지지 않은 자가 순수하게 자신의 노력만으로 최고의 자리에 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기적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에요.
 
노무현 대통령은 올해 63세.. 만 나이겠죠? 그럼 아빠랑 동갑이잖아요. 가난해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상고 나왔다잖아요. 돈 없어 대학 못 갔다잖아요.
 
그럼 아빠랑 나이도 같고, 가난해서 대학 못 간 것도 같잖아요. 할머니는 생전에, 아빠가 대학 붙었는데도 돈 없어 못 보낸 게 너무 미안하다고 두고두고 말씀하셨어요. 눈물을 훔치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죽어라 싫어하는 대부분의 나이 비슷한 어른들도 대학 거의 안 나오셨을 거잖아요.
 
말이라도 좀 더 품위 있게, 좀 더 온건한 방식을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런 사람의 생존 방식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죠. 어떻게 해도 무시하니까 투쟁할 밖에요.
 
주류 사회에서 대학도 안 나온 놈이라고 무시하는 건 이해가 되는데,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을 대다수 어른들은 그를 무시하면 안 되는 거였죠. 오히려 그를 독려해야 하는 거였죠...
 
그런 사람이 성공해야 아빠의 자식인,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저 같은 사람도 출세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건데요..
 
물론 천재적인 머리와 노력으로 가난을 딛고 출세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죠. 근데 그런 사람들은 만나보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비범한 인물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빠 눈엔 저도 잘난 딸이겠지만, 저희 학교 입학생들 중 부모가 변호사, 의사, 교수, 기업가 등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들인 비율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40% 가까이 된다는 말도 있더군요.
 
그럼 울 학교에서, 제 위아래 5년씩 경쟁자로만 잡아도 제 앞에 도대체 몇 명이 있는 겁니까? 더구나, 잘난 애들이 울 학교에만 있습니까?
 
저는 아빠를 미워하는 게 아닙니다. 안타까운 겁니다. 왜,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우리의 삶을 더욱 비통하게 만드는 집단을 지지하시는 건지...
 
우리나라 현재 상황에서 주류 사회에 진입하는 건 상당히 어려울뿐더러 진입해도 핵심부엔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조상이 친일한 대가로 지금까지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입니다. 아빠는 제가 한나라당 욕하면, 너나 잘 하라고, 그 사람들이 너보다 못났냐고, 잘났으니 그런 일 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하시는데... 그런 말 들으면 굉장히 화가 납니다. 몇몇 뛰어난 사람들이나 민주화 시위로 구속된 경력 등으로 진입한 사람들 제외하고, 그 사람들 대부분이 저보다 잘나서 국회의원 한다고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걸려서 짤리긴 했지만 양정례 같은 어처구니없는 애도 해먹는걸요.
 
심하게 말하면, 그들 중 상당수는 좋은(=돈 많은) 부모를 만난 덕을 봤습니다. 본인이 똑똑하고 열심히 한 경우도 있겠지만 본인들이 잘났기 때문만이 아니란 말입니다.
 
친일의 대가로 일제시대에 잘 먹고 잘 살다가, 이승만이 반민특위를 해체해주고 다시 관직도 주어서 권력을 유지하게 되고, 그래서 자식들 미국 유학에 뭐에 공부도 많이 시키고, 높은 관직에도 올라가고, 다시 그들끼리 혼맥을 유지해서 권력을 공고히 하고.. 그런 거잖아요. 학계는 안 그런 줄 아세요? 울 총장도 악질 친일파 손자예요. 정계, 재계, 학계, 문화계 할 거 없이 다 포진해 있습니다.
 
저는 울 집에 돈 없다고 아빠를 비난하거나 무시해본 적 없습니다. 친일의 대가로, 비리를 서슴없이 저질러서 축재한 아버지라면 되려 부끄러울 겁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을 묻지마 지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솔직히 아빠를 무시하고 싶은 마음이 울컥울컥 치밀어 오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아빠가 그렇다는 사실에 정말 저는 비통한 심정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런 놈들한테 당했던 아빠가 그런다는 사실이 정말 개탄스럽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민주당 찍으라는 거 아닙니다. 제가 봐도 민주당에도 꼴통들 많습니다. 민노당 찍어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적어도 한나라당에 대한 묻지마 지지는 하지 말아달라는, 그래도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고 따져달란 말입니다. 한나라당으로 나왔지만 합리적인 보수라면 그건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런 인물은 뭐 거의 없더군요 ㅋㅋ (사회를 위해 당연히 건전 보수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이 나라 주류는 꼴통 보수죠. 건전 보수도 핵심부에 진입하기 상당히 어렵습니다).
 
 
도덕성을 제1의 조건으로 따져 주세요. 현재 아빠의 낮은 유공자 등급을 올려준다고 공언하신 그 분을 다음 대선에서 찍으시는 것까지는 뭐라 하지 않겠습니다. 그것까지 말릴 힘은 없어요. 하지만 제발, 국회의원 선거, 시의회 선거 그런 선거라도... 아빠가 던진 표가 사표가 될지언정 제발 합리적인 잣대로 평가하고 투표해주세요.
 
똑똑한 놈들은 많아요. 하지만 똑똑한 데다 비도덕적인 놈에게 권력을 주게 되면 이 나라는 망합니다. 조금 덜 똑똑하더라도 도덕적인 사람은 자기의 완벽하지 않음을 알아서 참모를 똑똑한 사람들 둡니다. 유비가 왜 제갈량에게 삼고초려 했겠습니까?
 
 
쥐뿔도 능력이라곤 없으면서 도덕성까지 없는 그들과 제발 이유 없이 한 배를 타지 말아 주세요. 그들이 평범한 우리 같은 사람들 생활에 독이란 말입니다. 정치란 생각보다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친단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우리사회 분열과 갈등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그게 소위 '좌파들' 때문입니까?
 
아빠도 저를 좌파로 아시겠지만 저는 중도우파예요(저소득층에 대해선 좌파,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중도우파, 북한에 대해서도 중도우파 등등. 옛 열린우리당은 좌파가 절대 아닙니다. 그게 정책으로 따지면 중도우파였어요),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부끄러운 역사 앞에 사과하지 않고 그들만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불의한 일도 서슴지 않는 꼴통 보수들 때문이라고 봅니다. 가해자가 사죄하지 않는데 피해자가 합의해주는 거 보셨어요?
 
아빤 늘 저더러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라고, 대나무가 너무 곧으면 부러진다고 걱정하시지만 현재의 한나라당을 관대하게 보는 것이 균형 잡힌 시각은 아닙니다. 중용이란 무조건 중간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식으로 말하면, 비겁과 만용 사이의 용기, 나태와 탐욕 사이의 야망, 자기비하와 자만 사이의 자존, 아첨과 무뚝뚝함 사이의 친근함, 수줍음과 뻔뻔함 사이의 겸손, 허풍과 자기경시 사이의 진실함, 우유부단과 충동 사이의 자제가 중용입니다.
 
제가 싸우는 상대는 아빠랑, 택시기사분들이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ㅋㅋ (특정 직업 언급해 좀 그렇지만.. 전부 그런 것도 아니지만 택시 탔을 때 노무현 비하하지 않는 기사를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적당한 부패가 있어야 사회에 돈이 도는데 노무현이 때문에 돈이 안 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_-; 부패 있는 나라치고 경제성장률 높은 나라 없습니다. 그거 다 무지해서 하는 말이라고 감히 말하겠습니다).
 
제게 지금의 한나라당은 타협의 대상이 아닙니다. 근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아빠가 그 런다는 사실 때문에 아빠랑 많이 싸운 겁니다. 맨날 저렇게 대가 세서 어떡하냐고 걱정하시지만, 밖에 나가면 저 용기를 내지 만용을 부리진 않아요. 야망이 있지 탐욕이 있지도 않구요. 자기비하가 좀 심해서 친구들이 걱정할 정도지, 사람들하고 정말 잘 지냅니다. 제가 일전에 남자친구 사귈 때도 왜케 싸우냐고 그러셨죠? 발단은 늘 한나라당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ㅎㅎ 그 정도로 저는 한나라당 문제만큼은 양보할 수가 없습니다.
 
 
한나라당이 바뀐다면 저도 언젠가는 그 당을 지지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게 과연 가능할까요?
 
한 번도 말한 적 없지만 제 꿈은 궁극적으로는 제갈량입니다. 유비보다는 제갈량이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주군으로 모시고 싶은 사람이 없었지요.
 
지금은 한 분 마음에 담아 두었습니다. 근데 제가 아직 제갈량이 되기에는 많이 모자랍니다. 저는 5년 이후로 잡고 있습니다. 좌절할 수도 있겠죠. 수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정치인 주변에 모여들었다 타 죽는 불나방이 될 수도 있겠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우리처럼 평범한... 중산층도 안 되는 집에서(중산층이려면 적어도 10억 이상의 자산은 있어야 한다니^^;) 출세하는 사람은 나오기 힘들 거예요... 만약 아빠가 바라는 대로, 제가 권력의 중심권으로 진입하지 못해도 너무 뭐라고는 하지 않으셨음 좋겠어요.
 
인간 노무현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너무나 분명해졌으니까요.
 
이래도 아빠가 한나라당을 좋아하신다면, 저는 더 이상 설득할 힘이 없습니다. 안타깝지만 포기하고, 저는 제 길을 그냥 가겠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저 땜에 속 끓이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빠도 저를 그냥 포기해주세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요. 아빠 생각이 바뀌든, 우리가 서로를 포기하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로 싸우게 되지 않기를 정말 정말 바래요....
 
그리고, 아빠가 한나라당 좋아하는 발언 할 때마다 아빠가 정말 미워지지만, 그래도 저는  아빠를 좋아한다는 사실, 알고 계시리라 믿어요. 어쩌니저쩌니 해도 저는 아빠를 많이 닮았거든요....

 

 

 

 

 

 

 

 

 

 

 원글 출처 :  http://pann.nate.com/b4147935

 
"한나라당 지지자 아빠를 설득한 딸의 편지"
2009.06.0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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